내 인생 마지막 글은 언제일까?

죽기 직전까지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지난 10년 동안 블로그에 한 줄도 쓰지 않다가, 다시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건 분명히 뭔가를 의미한다.

내가 35세 무렵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 뉴스레터, 발표자료, 그리고 수많은 강의 속에서 참 많은 말을 했다. 그 말들은 때론 후배 창업가를 위한 조언이었고, 때론 내 안의 불안을 다독이기 위한 혼잣말이었으며, 어떤 날은 그냥 ‘가슴 뛰는 일’에 대해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어서 남긴 낙서 같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내 생각을 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정리해서 책으로 써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50대를 넘어서니 다르게 다가온다. 이제는 ‘완벽한 정리’보다는 그냥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시작한다.
10년 만의 블로그.
그냥 쓰기로 했다.


지난 20년, ‘퓨처워커’로 살아온 시간

돌이켜보면 나는 늘 변화의 경계에서 살았다.
IMF 직후 IT 붐의 한복판에서 ‘플랫폼 전략’을 이야기하던 대기업의 삐딱이였고,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1억 명의 고객’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꿈을 말하던 창업자였고, 빅뱅엔젤스를 세우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바꾸겠다고 외치던 투자자였다.

어떤 타이틀로 불리든, 결국 나는 ‘퓨처워커(Future Walker)’였다.
남들보다 먼저, 혹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혼자 걸어보겠다고 나선 사람.

가끔은 너무 앞서가서 오해도 많이 받았고,
가끔은 내가 생각했던 미래가 너무 늦게 와서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만든 이야기들이 지금도 내 인생 최고의 자산이다.


왜 다시 블로그인가?

이유는 하나다.
정리하고 싶다.

이 블로그에는 단순한 개인 소회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진지하게 탐구하고 싶은 주제들을 담을 것이다.

  • AI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
  • 작은 조직을 위한 협업도구와 문화
  • AI 에이전트 기술 기반의 사업 아이디어
  •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만나고 소개하고 싶은 친구들
  • 내가 투자했거나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대한 분석

이 주제들은 지난 20년간 내가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부딪히며 얻은 통찰이자 앞으로도 기록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실 이 블로그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정리’다.


마지막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이 블로그가 정말 인생 마지막 글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진심을 담는다면, 매번 ‘마지막 글’이라는 마음으로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내가 지난 20년 동안 겪었던
기억, 후회, 깨달음, 그리고 여전히 놓지 못한 희망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물론 여전히 나는 배우는 중이다.
Web3, AI, 에이전트, DAO, 멘토링, 중동 시장…
변화는 여전히 거세고, 나도 여전히 두렵고 설렌다.

하지만 이젠
"내가 누구보다 먼저 걸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이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길 이야기"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따라 읽어주실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언젠가 한 자리에 모아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퓨처워커 황병선’의 마지막 여정을 이제 다시 시작해봅니다.

2025년 여름, 서울에서
황병선 드림